:: Cabinet ::

2010. 1. 26. 20:42 from 문학소녀


김언수 지음

시간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있다가,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다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혹은 멍하니 시계를 보고 있다가 그들은 짧게는 십 분에서 두세 시간을, 길게는 며칠에서 몇 년에 이르는 시간을 한꺼번에 잃어버린다. 자신은 불과 몇 초가 지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다.

상상력의 기발함과 대담함, 이제까지의 소설세계를 폭파시켜버릴 매머드급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꺼이 이 소설을 그 첫머리에 놓을 수밖에 없다. 멋지다, 『캐비닛』! _신수정(문학평론가)

『캐비닛』은 신기한 이야기들과 신선한 화법을 시선을 끌었다. 이 작가의 캐비닛 속에 들어 있는 다른 소설들이 읽고 싶어졌다. _이승우(소설가)



TalkTalk

처음에는 솔직히 두께에 화들짝 놀랐으나 의외로 술술~ 읽혔고,
다 읽고 덮는 순간. 오~ 재밌다는 연발했으니까.


책의 주인공인 공덕근은 치열한 취업 전쟁을 뚫고 한 회사에 취직하게 되나 그가 취직한 곳은 마땅한 일거리도 없이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월급도 나오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특이한 곳이다.
일반 사람들은 신도 부러워할 직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막상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의외로 굉장히 힘들고 무료한 일이다.
우리의 주인공인 공대리도 이런 무료함을 견디다 못해 회사 건물의 이곳 저곳을 방황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캐비닛 13호의 자료들에 빠져든다.
그가 발견한 캐비닛 13호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얼토당토않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나오지 않을법한 각종 이상하고 기괴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다.

예를 들면 입속에 도마뱀을 키우다가 그 도마뱀이 자신의 혀를 먹어버리고 입 속 피부와 동화되어 혀가 도마뱀이 되어버린 여자라던지,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스스로 자가수정이 가능한 사람이라던지, 휘발유나 유리,강철을 주식으로 먹는 사람이라던지, 매년 부활하는 자신의 죽어버린 샴 쌍둥이 자매를 화장시키는 언니의 이야기, 새끼 손가락에서 자라는 은행나무가 나중에는 너무 커져서  그 은행나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양분으로 내주고 죽은 사람, 시간이 훌쩍훌쩍 사라져 버리는 타임 스키퍼,매우 긴 시간 잠을 자는 토포러,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는 메모리 모자이커 등등..

작가의 말에 따르면(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이런 일반적인 인간에서 벗어나 변화된 종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이들을 '심토머'라 부른다고 한다.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 사이, 즉 종의 중간지에 있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작가의 글솜씨가 너무 뛰어나서 과학, 그것도 생물을 전공한 나까지도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는거 아닌가 라는 엉뚱한 상상에 잠깐 빠질 정도였다.

기발하면서도 유쾌한, 하지만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작품이다.
만약 미래에 이렇게 기괴하진 않지만 어쨌든 인간과는 약간 다른 진짜 심토머들이 나타난다면 그때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책에서처럼 그들을 이용해서 상품화해버릴까, 아니면 어딘가에 격리시켜 놓고 비밀리에 그들을 연구할까, 아니면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같이 어울려 살까.


나만의 별점 : ★★★☆☆

- 2009년 10월 26일
Book Cab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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